11장 타나아미 케이이치 × 아카츠카 후지오
『오소마츠 군』, 『비밀의 앗코짱』, 『천재 바카본』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일세를 풍미한 만화가 아카츠카 후지오(1935–2008). 타나아미는 한 살 위인 아카츠카의 이름을 10대 무렵부터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만화가를 꿈꾼 타나아미는 월간지『만화소년』(1947–1955년)에 종종 작품을 투고했는데, 같은 무렵에 아카츠카도 단골 투고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나아미를 지도해준 만화가 하라 카즈시(1947-1955년)가 별세했을 때, 타나아미는 만화를 향한 열정도 상실했다고 한다. 그 후 20년 가까이 지난 1970년대 중반, 저명인들이 모이는 신주쿠나 롯폰기 바에서 타나아미는 아카츠카와 자주 얼굴을 마주쳤다. 하지만, 과거에 만화가를 지망한 타나아미는 약간 기가 죽어서 적극적으로 교류하지 못 했다.
타나아미가 경애하는 아카츠카 작품과 콜라보레이션할 기회를 얻은 것은 아카츠카가 세상을 뜬 후였다. 서거한지 7년 후인 2015년에 아카츠카 탄생 8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렸고, 타나아미는 1점의 회화를 출품했다. 그리고 2020년에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그 해에 국내 그라비아 인쇄 출판이 종료되자, 이 인쇄술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작품 제작을 슈에이샤로부터 의뢰받은 타나아미는 앗코짱, 이야미 등의 캐릭터에서 의성어의 그림 문자에 이르기까지 아카츠카 만화의 본질적 요소를 모티프로 삼은 그라비아 프린트 작품을 제작했다. 이듬해 2023년에는 작품집을 출판해서 회화, 네온관을 이용한 작품, 다실 설치미술도 제작했다. 아카츠카 만화의 에센스와 타나아미의 독자적인 모티프, 선열한 배색이 혼연일체를 이룬 이 작품들은 모두 축제의 환희와 열광에 넘쳐 아카츠카에 대한 최고의 오마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