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맥의 부적
88세를 넘은 타나아미는 자신의 기억의 만다라라고 할 수 있는 대화면 작품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타나아미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을 자유롭게 섞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타나아미 자신의 반생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투기, 미국 만화책 캐릭터, 소나무와 금붕어 등 과거의 작품에 등장한 모티프들이 전쟁 장면을 연상시키는 거친 파도 위를 떠다닌다. 여기에서는 타나아미의 과거의 기억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선과 악이란 가치관조차 효력을 잃은 유토피아적 세계를 표현했다. 전쟁중의 공중폭격과 큰 병을 앓은 경험을 통해 타나아미에게 있어 죽음은 늘 분리할 수 없는 개념으로서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타나아미는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기묘한 모습과 형태의 생물들을 전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자 두려움을 모르는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맥의 부적’이란 베개 밑에 깔고 잠을 자 상서로운 꿈을 꾸기 바라는 부적이다. 타나아미에게 있어 작품 제작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과 사념을 없애는 방법이며, 부정적 감정이 저절로 긍정적 이미지로 변환되서 표현된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은 이른바 액막이이며, 행운을 가져오는 부적과 같은 역할을 맡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죽음을 의식하면 할수록, 삶을 강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타나아미의 창작 의욕은 현재도 계속 더욱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