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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로잉들에는 거북이, 귀, 달팽이, 코뿔소 등이 등장하며, 타나아미의 꿈과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cat. 5-1). 가는 선을 겹쳐 그어 각 모티프가 다른 생물로 변용되는 듯한 약동감을 부여했다. 이 무렵의 작품에는 코뿔소를 자주 그렸는데, 이는 독일 르네상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코뿔소에 관한 일화에 대해 타나아미가 관심을 가진 것에서 기인한다. 당시 유럽에는 코뿔소가 존재하지 않아서 뒤러는 코뿔소가 피부병을 앓고 있는 상태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마귀가 있는 코뿔소 스케치를 바탕으로 목판화를 제작했다. 이 뒤러의 작품이 보급되자, 진짜 코뿔소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뿔소한테는 사마귀가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다고 한다. 타나아미는 이 이야기에서 자극받아 뒤러의 코뿔소를 인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