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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기억을 더듬는 여정’

1990년경부터 타나아미는 드로잉 기법을 사용해 자기자신의 ‘기억의 검증’을 시도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밤 8시부터 방에 틀어박혀 어린시절처럼 밥상에서 드로잉을 그리는 작업을 계속했다. 초등학생 시절에 그린 ‘소풍의 추억’이란 제목의 그림이 자신의 기억을 다룬 처녀작이었기 때문에, 이와 똑같은 26×37 cm짜리 종이를 써서 그리기 시작했다. 자기자신의 뇌리에 침전된 기억을 발굴해, 떠오른 기억을 정착시키는 시리즈 (cat. 5-13)를 제작했을 때 타나아미는 영화 『빽 투더 퓨쳐』(1985년)처럼 시간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감각을 맛보았다고 한다. 드로잉 뒷면에는 작품명과 기억에 관한 메모를 쓴 용지를 붙였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기억의 연대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보다 자신을 깊이 알기 위해 40년간 꿈을 계속 기록한 가마쿠라 시대의 화엄종 승려 묘우에 쇼우닌(1173-1232년)이 기록한 ‘몽기(꿈의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타나아미도 자기자신의 ‘기억기(기억의 기록)’를 만들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타나아미는 아와즈 키요시(1929-2009년)의 권유를 받고 1991년 이후 교토조형예술대학(현 교토예술대학) 정보디자인학과 교수를 맡아 1주일에 이틀은 교토에 머무는 생활을 시작했다. 학과 자체의 설립부터 참여했기에 충분한 제작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지만, 단기간에 제작가능한 드로잉을 비망록처럼 그려서 모아 방대한 양의 기억의 집적을 완성시켰다. 또, 드로잉에 등장하는 수많은 모티프는 그 이후 회화나 판화 작품에도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