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애니메이션
유년기부터 타나아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중 하나는 영화였다. 집 근처에 있던 메구로의 영화관에 매일같이 드나들며 헐리우드 서부극, 베티 부프와 뽀빠이, 월트 디즈니의 미국 만화영화 감상에 몰두했다. 아직 TV가 보급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뒷골목에서 상연되었던 그림 연극을 열심히 보러다닌 것, 삼촌이 가지고 있던 환등기로 놀았던 것도 영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점차 자신도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보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되었다.
1960년대에 접어들자 타나아미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한편, 애니메이션 작가의 선구자적 존재였던 쿠리 요우지(1928년-)의 작품에서 자극을 받아 자신도 쿠리 공방에서 영상 제작을 배웠다. 같은 시기에 요코오 타다노리와 와다 마코토도 이 공방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으며, 타나아미는 팝아트의 영향이 감도는 첫 애니메이션 작품 《가면을 쓴 꼭두각시들》(cat. 3-1)을 1965년에 완성시켰다. 그는 당시 전위예술가들의 발표의 중심을 이루었던 아오야마 소우게츠 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영상 작품을 상영할 기회를 얻었다. 1971년에는 일본 TV 계열의 심야 생방송 프로 『11PM』(1965–1990년)의 의뢰를 받고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작품들은 당시의 오락거리로 TV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대중매체가 양산한 이미지를 풍자적으로 다루는 실험적 시도도 단행했다. 그 이후 타나아미는 불규칙하나마 영상 작품 제작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