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허상 미래 도감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타나아미는 여성지와 음악잡지를 제작하던중, 1969년에 지나치게 정보가 흘러넘치는 사회의 미래를 예견한 듯한 아티스트북 『허상 미래 도감』(cat. 2-80)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는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이미지와 자신의 삽화를 대담하게 조합시켜 편집과 디자인이란 기존의 개념을 초월한 창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1975년에는 일본판 월간 『PLAYBOY』의 초대 아트 디렉터로 취임해 텍스트, 사진, 삽화의 삼위일체라는 방향성을 제안한 창간호가 당일 완매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1967년경부터 그래픽 디자인 일로 몹시 분주한 한편, 타나아미는 개인적으로 즐기려고 콜라주 작품을 집중적으로 제작했다. 소재는 군대에 가서 목숨을 잃은 타나아미의 삼촌이 대량으로 수집했었던 잡지와 그림 엽서, 1970년에 친한 친구인 시노하라 우시오를 찾아가 뉴욕에 머물렀을 때 입수한 포르노 신문과 미국 만화책이었다. 유년기의 전쟁과 그 이후 미국 문화를 향유한 체험이 어느 정도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콜라주는 각각의 이미지가 대항해 새로운 문맥을 창출했고, 타나아미도 예기치 못 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냈다. 타나아미는 수많은 이미지를 조합시키는 기법을 현재까지 계속 사용하며, 콜라주 제작을 통해 자신의 기반이 되는 제작방법을 확립해 나갔다. 이 작품들은 당시에 발표되지 않았고, 타나아미의 기억 속에서도 한동안 잊혀졌지만, 40년의 세월이 지난 2012년에 생가 창고에서 300점에나 이르는 콜라주 작품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