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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과 귀환: 영원한 고향인 우주

2019년, 코로나19 때문에 저는 미국 뉴저지주 시골에서 자가격리의 나날을 보내면서 일본에 있던 시절의 일기와 스케치북을 재고하고, 당시의 심경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당시의 저는 뜨거운 마음으로 물질주의, 인심의 메마름, 생태 환경 파괴, 우주의 미래 등 20세기 인류와 지구의 갖가지 문제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외계인이 된 것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현실은 지루했지만,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저의 ‘우주선’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2020년 4월 9일,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수십권의 스케치북을 다 읽었다. 거기에는 내가 이 곳에 이르기까지의 의지, 역량, 도량, 진심(志気、才気、大気、正気)이 담겨 있었다. 고향의 연을 타고, 어린 인류의 우주선을 타고, 낭만적인 하늘의 끝까지 가는 것이다.’ 스케치북에 그려진 아이디어를 사용해 이번에 전시하는 3점을 포함한 몇 가지 화약 드로잉을 제작해습니다. 20년간 중단했던 <외계인을 위한 프로젝트> 드로잉을 재개해 폭발 순간에 저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고, 우주의 품과 이 ‘젊은 그림쟁이’의 영원한 고향으로 귀환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생각이 이번 국립신미술관 전시회 ‘우주 놀이’의 길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37
《평온한 지구:외계인을 위한 프로젝트 No. 18》
2020년
화약, 먹, 종이, 목제 패널
230×232.5cm

1993년, 저는 유네스코의 의뢰를 받고 차기 밀레니엄을 위한 제안을 했습니다. 금세기의 마지막 1초와 다음 세기의 첫 1초 사이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전기를 끄고, 지구가 어둠에 싸이는 순간을 만들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시차가 있어서 각 나라가 밀레니엄이 지난 순간에 협조해서 연달아 전기를 끕니다. 그러면 이 지구상에 중심은 존재하지 않고, 사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어느때보다 실감하게 됩니다. 결국 이 이벤트 개최는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었기에, 이 프로젝트는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안타깝게도 밀레니엄은 몇 세대 동안 단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습니다.

역사적 순간을 눈 앞에 두고 몇 개의 기관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위한 불꽃놀이를 기대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불을 끄는 것 뿐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밤마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금세기, 인류는 세계를 비추기 위해 방대한 자원을 소비해 왔다. 그러니까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이 소중한 시기에 지구를 쉬게 하고 우주로 돌려보내 다른 행성과 마찬가지로 깜깜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그러면 지구는 시공을 초월해 천년전 또는 더 원초적인 기원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38
《망향:인류를 위한 프로젝트 No. 4》
2020년
화약, 먹, 종이, 목제 패널
230×310cm

1990년 이후 저는 2장의 거대한 렌즈로 우주 망원경을 만드는 것을 꿈꾸어 왔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그걸로 올려다 보면 순식간에 광년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은하와 우주이며, 나그네의 고향입니다. 帰去来.

#39
《인류의 묘비명:외계인 위한 프로젝트 No. 13》
2020년
화약, 먹, 종이, 목제 패널
230×465cm

1990년 작품 제안시에는 유기물과 미생물 등 생명의 흔적이 담긴 언 바닷물 덩어리를 비석이나 관 모양으로 만들어 우주 공간에 떠돌게 하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관한 설명을 여러번 썼는데, 그 때마다 마치 자신이 작품이 되서 우주를 떠도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깜깜하고 차가운 우주 속에서》

새하얀 얼음 덩어리는 안에 지구의 바다에 떠도는 생명의 구조와 역사를 응축시킨 코드를 간직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시공을 헤매는 듯하다. 이 얼음은 멀리 떨어진 행성과 만날 때 녹아 우주를 새로운 집으로 삼는다. 어떤 태양 빛이 그 장례식을 치른다.

날아가는 혜성을 마주치면 그 새로운 동행자들에게 깊이 끌릴 것이다. 그 중 하나와 포옹이나 애무해서 결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테고, 아니면 다른 별의 애인이 되거나, 거인의 몸 위에서 땀 구슬이 되거나, 아이를 낳아 사회를 번영시킬 지도 모른다. 만약 다른 문명에 침입해도 안내를 받고 상처 없이 대기권으로 들어가 새로운 집에 정착한다면 그 다른 세계의 사상가들의 총아가 될 것이다. 다 이해받고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선물을 대기권 밖으로 꺼내 길고도 우여곡절로 가득찬 여행길에 떠나보낸 친구들의 노력과 불안은 그 고귀한 사회를 깊이 뒤흔들 것이다.
물론 그러한 1조분의 1의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아도 얼음 덩어리는 우주선과 함께 고요히 잠들고, 때로는 다른 별의 반짝임같은 인사를 받고 편안함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45억년 전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의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닌다……(1992년 5월 6일 심야에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