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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19세기 프랑스의 목가적 연애와 낭만주의의 비극

서양에는 고대 이래의 역사를 지닌 문학 쟝르중 하나로 전원의 젊은 양치기나 농민의 청아한 사랑을 주제로 삼은 ‘파스토랄(목가, 전원시)’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펼쳐지는 한가한 이상적 세계는 프랑스에서 17세기부터 18세기에 궁정사회의 규칙 속에 사는 상류계급 사람들을 매료하고, 연극이나 미술 분야에도 주제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으로 사회가 큰 전환기를 맞이한 18세기부터 19세기 초에는 손대지 않은 자연 속에서 순박한 젊은이들이 사랑을 키우는 센티멘탈한 목가적 연애 이야기가 유행했습니다. 신고전주의 화가 프랑수아 제라르의 걸작 《아모르와 프시케》(no. 67)에서는 들꽃 핀 자연 속에 배치된 덧없는 사춘기를 연상시키는 연인들의 모습에서 때묻지 않은 사랑에 대한 당시의 관심을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숙하는 시기에 있는 사춘기 젊은이 특유의 양성구유적 신체는 신고전주의 회화 속에서 종종 남자 나체의 이상미 표현과 결부되었습니다. 양치기 미소년 엔디미온을 주제로 삼은 지로데의 에스키스(no. 68)는 이러한 흐름을 결정지은 중요한 작품의 습작으로 그려진 것입니다. 또, 이 시기에는 클로드 마리 뒤뷔페의 《아폴론과 키파리소스》(no. 70)처럼 고대 신화의 남성간 사랑을 제재로 삼은 작품들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제작되었습니다. 거기에는 낭만주의의 특징인 자멸적 사랑이라는 주제가 엿보입니다. 보편성와 이성보다도 개인의 주관이나 감정을 중시한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순수하고 정열적이지만, 용납되지 않는 사랑으로 연결된 연인들이 불행한 종말을 맞이하는 문학작품—신화, 단테, 셰익스피어, 바이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극적 사랑을 극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들라크루아나 아리 셰퍼의 작품(no. 73, 74)에서는 그 전형적인 표현이 엿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