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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9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빗장》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자유분방한 성애의 쾌락을 긍정하는 ‘레베르티나주’라는 풍조가 상류사회의 일부 지적 엘리트층 사이에서 유행했습니다. ‘레베르탱’이라 불린 그들의 이러한 태도의 이면에는 그 때까지 사람들의 도덕관의 토대를 이룬 기독교적 지식과 종교적 권위에 대한 비판정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리베르티나주의 유행은 문학과 미술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이 흐름을 이어받은 걸작이 18세기 후반에 활약한 프라고나르의 대표작 《빗장》입니다. 《빗장》은 원래 기독교를 주제로 한 회화 《양치기의 예배》와 쌍을 이루었습니다. 이 두 작품을 프라고나르에게 주문한 미술 애호가 베리 후작은 최근 연구를 통해 리베르탱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어두운 침실 안에서 무대 조명같은 빛에 비친 한 쌍의 남녀. 두 사람은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자는 남자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정열과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유혹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가 문에 빗장을 건 순간 몸을 맡기는 장면일까요...망설임이나 도취가 느껴지는 여인의 표정은 한 순간의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을 비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림에는 빗장(남성의 성기 암시), 항아리와 장미꽃(여성의 성기, 처녀성 상실의 암시), 흐트러진 침대 등 농밀한 사랑의 행위를 넌지시 알려 주는 사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편,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사과는 인류 최초의 여성인 하와의 유혹과 원죄를 연상시키는 모티프입니다.

관능적인 사랑의 장난의 찬미인지, 도덕적 경고인지, 아니면 그 둘 다 해당되는 것인지...한 뜻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이 풍부한 애매성이야말로 《빗장》의 최대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쾌락이 한 순간에 폭력으로 바뀔 수 있는 성애의 섬세함과 복잡성을 프라고나르는 완벽하게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