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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3 샤를 멜랭《로마의 자애》 혹은 《키몬과 페로》

문득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우리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빠는 정경에 깜짝 놀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에 묘사된 것은 어버이에 대한 공경이며, 고대 로마의 저술가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기억할 만한 언행들’(1세기)에 등장하는 아버지 키몬과 딸 페로의 교훈적 일화에 근거한 것입니다. 나이든 키몬은 감옥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처지로 어떤 음식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페로는 옥중의 늙은 아버지를 면회 왔다가 몰래 젖을 물려 영양분을 제공합니다. 이 장면은 효성(자식이 부모에게 바치는 사랑)의 모범으로 그려졌으며, 기독교 회화에서는 ‘자비로운 행동’을 나타내는 그림에 쓰였습니다. 작자인 샤를 멜랭은 로렌 공국의 수도 낭시 출신이었으며, 주로 로마에서 활동한 17세기의 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