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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기독교 신 아래

기독교의 사랑의 가르침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효심(자식이 부모를 존경하는 사랑)을 중심으로 한 부모 자식간의 사랑입니다. 거기에는 사랑하는 이를 소유한다는 고대 신화의 사랑과는 대조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이 엿보입니다. 서두에 소개하는 ‘로마의 자애’나 ‘돌아온 탕아’라는 주제를 다룬 회화에는 희생적 사랑의 본보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모티프로 삼은 ‘성모자’나 그들을 중심으로 아버지 요셉과 친척들이 모인 모습을 그린 ‘성가족’ 회화에도 인간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사랑의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회화를 기도때 사용하는 것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에서는 부정되었지만,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는 긍정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성모자나 성가족 회화 앞에서 기도할 때, 거기에서 이상적인 부모 자식간의 사랑의 본보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성모자와 성가족 그림이 기독교의 사랑의 온화한 측면을 담당했다면, ‘예수의 십자가 처형’, 즉 ‘수난’이라는 주제는 보다 준엄한 측면을 맡았습니다. 아버지 하느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궁극적 희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십자가 처형이라는 주제는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과 결부됩니다. 또한, 성인들의 순교를 그린 회화에서도 신에 대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고통이나 죽음도 마다 않는 희생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회화에도 성인들의 ‘법열’처럼 성애를 연상시키는 제재가 있었습니다. 깊은 신앙심에서 망아의 경지에 도달해 사랑하는 신과 하나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성인들은 대체적으로 황홀한 표정으로 묘사되고 관능성이 감돕니다. 본 장에서는 막달라 마리아를 주제로 삼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