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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사랑의 신 아래 – 고대신화의 욕망을 그리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랑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일체화되어 있습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욕망을 원동력으로 삼는 신들과 인간의 사랑의 전개가 회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 봅니다.

신화에서는 사랑의 신의 화살에 꽂힌 자는 그 직후에 눈으로 본 누군가에게 격렬한 연정을 품습니다. 즉, 상대방을 봄으로써 사랑-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신들과 인간이 사랑하는 자의 무방비 상태의 잠든 모습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르네상스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자주 그려졌습니다. 본 장의 서두를 장식하는 바토의 《님프와 사티로스》(no. 4) 는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회화에는 ‘눈빛’을 통한 욕망의 표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든 인간이든 한 번 사랑에 빠지면 다음은 상대방을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기 위해 행동을 일으킵니다. 그 때 그들이 취하는 전략은 성별에 따라 구분해서 묘사되어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강인한 신체—폭력을 이용합니다. 신화화에 자주 나오는 것은 남자가 노리는 여자를 쫓아다니거나 완력으로 데려가는 장면입니다. 한편, 여자의 경우에는 이탈리아의 시인 타소의 서사시 ‘해방된 예루살렘’에 등장하는 마녀 아르미다처럼 마력이나 요술을 써서 남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종종 그려졌습니다.

한편, 신화상 연인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에 이르는 것일까요? 바쿠스와 아리아드네, 아모르와 프시케 등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사랑도 약간 있어서 회화에도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화가들이 더 선호해 다룬 것은 연인중 한쪽이 예기치 못 한 사고로 목숭을 잃거나 용납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둘 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 같은 비극적인 결말이었습니다.

사랑을 주제로 삼은 신화화 중에는 사랑의 신 아모르를 다룬 작품도 있습니다. 날개를 지닌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한 아모르는 왕후 귀족의 궁전이나 저택을 장식하는 장식화에서 인기있는 모티프였습니다. 본 장의 마지막 코너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